사이보그가 되다
- 글 에너지자원공학과 1 최현서
- 편집 에너지자원공학과 3 배승민

사이보그가 된다는 것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이보그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전적으로 사이보그는 "생물 본래의 기관과 같은 기능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기계 장치를 생물에 이식한 결합체"를 의미합니다. 가슴에 핵융합 장치를 품고 있는 아이언맨이 떠오르네요. 그러나 사이보그는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사이보그의 개념을 사전적 의미보다 훨씬 넓게 봅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기술을 통해 신체를 보완하고 세계와 상호작용을 하는 모든 존재가 바로 사이보그입니다. 그렇기에 보청기를 사용하는 할머니나 안경을 쓴 친구처럼, 신체 기능을 보완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이들 모두 사이보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사이보그가 된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책 「사이보그가 되다」의 저자,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작가입니다. 한국의 유명 소설가 김초엽 작가는 후천적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인권운동가이자 작가인 김원영은 휠체어를 타고 있습니다. 책 「사이보그가 되다」에서는 장애를 가진 두 작가가 기술을 사용하고 접했던 경험에 대해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장애와 기술의 관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3장과 7장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3장 장애와 기술 - 청각장애인에게 목소리가 꼭 필요할까?
2020년, KT는 청각장애인에게 AI 목소리를 선물했다는 줄거리의 광고를 배포했습니다. 대중들은 주인공 김소희 님의 목소리를 그녀의 가족들이 처음 듣는 순간을 보며 감동을 받았습니다. 댓글에는 "기술은 이렇게 써야죠.", "광고가 감동적이네요."라는 뉘앙스의 말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김초엽 작가는 이 영상을 보고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광고를 자세히 보면 김소희 님의 립싱크에 맞추어 AI 목소리가 나올 때 자막이 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초엽 작가는 이 부분을 볼 때 자막이 없어 입 모양을 통해 내용을 겨우 이해했다고 합니다.
AI 목소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기술일까요? 겉으로 보기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본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세상은 기술이 없을 때처럼 여전히 조용할 뿐입니다. 대신 이 기술은 청각장애인의 언어를 소리로 듣지 못하는 비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해 주었을 뿐입니다. 감동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비장애인을 위한 감동이었던 셈입니다.

물론 광고 속 주인공에게 이 기술은 특별한 의미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 속 청각장애인 모두에게 같은 도움이 될까요? 김초엽 작가는 청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은 들리지 않는 본인의 목소리보다 수어나 문자 정보가 잘 제공되는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사용자에게 진짜 필요했던 건 소리가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공학자가 기술을 개발할 때 이렇게 세심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를 단순히 기능이 결핍된 상태로 본다면, 청각장애인은 '목소리가 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럼, 기술은 목소리를 복구시키는 장치에 그치고 말죠. 하지만 기술의 본질을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본다면, 자막이 더욱 효과적인 기술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술이란 이런 것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는 기술 말입니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 「므레모사」에는 사이보그가 등장합니다. 바로 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고 신경 의족을 달게 된 무용수 '유안'입니다. 그녀는 춤을 포기하고 싶지만, 주변의 기대 때문에 의족을 차고 통증에 시달리면서 재활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너는 회복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은 그녀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가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의 장면으로 소비되었고, 이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나의 고통을 팔아서 생존했고 때로 그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나는 모멸감을 잊기 위해 더 많이 도약해야 했다." (168쪽)
기술을 통해 장애를 회복하는 것이 항상 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작가의 생각이 잘 담긴 대목입니다. '유안'은 의족을 달게 되면서 더욱 고통스러워졌죠. 과연 그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기술이 의족일까요? 그녀에게 필요한 본질적인 기능이 무엇이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기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3장의 사례가 기술이 사용자의 필요가 아닌 외부의 시선에 맞춰질 때 오히려 고통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7장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바로 기술이 장애와 자연스럽게 결합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사이보그 디자인'의 개념이며, 7장의 저자 김원영은 스티븐 호킹의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합니다.
7장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 스티븐 호킹이 가지는 유일성

스티븐 호킹이 휠체어에 앉아 있지 않고, 강단을 활보하며 강연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아마 떠올리기 힘드실 겁니다. 우리는 스티븐 호킹이 휠체어에 앉아 스피커로 자신의 의견을 송출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장애는 정상이 아니라는 사회적 평가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이 장애를 가졌음에도, 사람들은 그가 정상성을 되찾기를 희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가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모습을 존중했습니다. 그 이유는 스티븐 호킹의 유일성에 있습니다. 그가 장애를 보완하는 기술을 사용하며 사이보그가 된 순간, 그는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죠. 김원영 작가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기술이 장애와 하나가 된 것을 사이보그가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나아가 그는 우리 몸과 사회 자체가 기술의 주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기술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장애가 비로소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죠.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에 기능 보조뿐만 아니라, 사이보그 디자인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장애와 기술이 만나면 장애인은 부족한 존재가 아닌, 조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키가 큰 사람, 손이 작은 사람, 휠체어를 타는 사람. 장애가 하나의 특징으로 여겨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장애를 개선의 대상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사이보그 디자인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사이보그 디자인에서는 누가 사용하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플란트를 떠올려볼까요? 임플란트를 한 치아와 일반 치아의 모습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이렇게 사이보그 디자인이 적용된 기술을 사람들이 훨씬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그다지 자연스러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회가 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사람들에게 당당히 장애를 노출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직 장애를 특징의 일종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이렇게 장애를 드러내는 사례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사이보그 디자인을 통해 장애와 기술의 결합에 익숙해지면, 이는 장애를 다양성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첫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장애와 기술이 만나 사이보그가 되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3장에서는 장애를 위한 기술이 오히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어두운 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7장에서는 기술이 장애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바꿔줄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장애와 기술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더 많은 사이보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지신다면, 책 「사이보그가 되다」를 추천합니다.
여러분에게 이 책이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사용자들에게 기술이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미래의 공학자가 될 여러분이 꿈꾸는 기술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 늘 마음속에 그려보세요!
참고 문헌
- 김초엽·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사계절, 2021.
- 김초엽. 「므레모사」, 현대문학, 2021.
- 엄미옥. 2025, '김초엽 소설에 나타난 장애 정치와 취약성의 윤리', 한국문학논총, 99, 431-467. 10.16873/tkl.2025..99.431
그림 출처
- 그림1. 교보문고 「사이보그가 되다」 도서 상세 페이지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445840)
- 그림2. KT 기가지니 AI목소리 광고영상 "제 이름은 김소희입니다 [마음을 담다T]", 2:04 (https://youtu.be/A2YSy-9LOmA?si=1G_Limpa79mHwigj)
- 그림3. 김나은. 「호킹 "뇌, 이론상 신체와 독립해 생존할 수 있어"」. 이투데이, 2013년 9월 22일. (https://www.etoday.co.kr/news/view/794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