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되살리는 현재의 문화재 복원 기술

서문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문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우리나라를 넘어 외국에까지 그 인기가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들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사유의 방'에서 찍은 인증 사진 등의 후기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박물관이 지루한 과거의 공간이 아니라 현재의 감성으로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견뎌낸 유물들이 현재의 우리와 소통하며 의미를 다시 찾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귀중한 자산들인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내고 이어갈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많은 과학자는 유물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 기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문화재의 복원 및 보존에 사용되는 기술들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방사선을 이용한 비파괴 진단

문화유산에서 직접 샘플을 채취하기 어려울 때 열/광학, 또는 전자기를 이용해서 물체의 특성을 파악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방사선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물체를 투과할 수 있는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하는 방사선을 기반으로 물체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 투과 검사는 물체의 밀도에 따라 방사선의 투과 정도가 다른 것을 이용합니다. 물체에 방사선을 투영한 뒤 전후 에너지 차이를 계산하여 물체가 얼마나 에너지를 흡수하였는지를 2차원 이미지로 만듭니다. 이러한 2차원 이미지를 CT(Computed Tomography)1)라고 합니다. 그리고 유물을 360°로 회전하면서 얻은 각각의 2차원의 방사선 CT를 이용하여 3차원으로 재구성해서 입체적으로 시각화합니다.

이와 같이 비파괴 진단은 내부를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유물들의 분석을 위해 사용됩니다. 안동 하회탈과 병산탈의 보존에 이러한 비파괴 진단이 사용되었는데요, X-선 디지털 영상 촬영과 X-선 CT를 사용하여 탈에 대해 세부적인 분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그림은 X-선 투과 검사로 얻은 탈의 내부 사진입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방사선을 사용하여 눈으로는 분별하기 힘든 과거 보수재의 흔적이나 내부에 존재하는 못, 충해 흔적 등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물체의 표면을 분석하는 3D 스캐닝 기술

대상의 표면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3D 스캐닝이 사용됩니다. 3D 스캐닝으로는 물체의 표면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기하학적 구조와 질감, 색 등의 정보에 대한 고해상도 3D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3D 스캐닝 방법에는 구조광 스캐닝과 레이저 스캐닝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구조광 스캐닝은 격자무늬나 줄무늬처럼 일정한 간격의 빛을 물체에 투영하여 무늬들이 얼마나 변형되었는지 감지하여 표면의 형태를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다음은 일정한 간격의 줄무늬를 이용해 물체의 형태를 감지하는 과정을 나타낸 사진입니다.

구조광 스캐닝 방법이 빛이 물체 표면에서 어떤 무늬를 형성하는지를 통해 표면을 분석한다면, 레이저 스캐닝 방법은 물체에 레이저를 투영하여 반사되는 레이저를 감지해서 표면의 형태를 구상하는 방법입니다. 레이저 스캐닝은 삼각측량법이나 위상차2), 비행 시간(Time of Flight, ToF)을 이용해서 측정 위치의 좌표를 측정합니다.

삼각측량법은 레이저의 입사 각도와 반사되어 센서에 들어오는 각도, 광원과 센서 사이 거리를 이용하여 반사된 위치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삼각형에서 한 변의 길이와 양 끝 각도를 알 때 나머지 한 꼭짓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음을 이용합니다.

위상차를 이용할 때에는 입사한 파동과 반사된 파동을 분석합니다. 두 파동의 위상차를 이용하여 레이저가 얼마나 진행하여 반사되었는지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물체까지 거리를 측정하여 좌표를 지정합니다.

비행 시간(ToF)은 빛이 이동한 시간을 기준으로 거리를 특정하는 기술입니다. 광원에서 출발한 빛이 물체 표면에서 반사된 이후 센서에 감지될 때까지 시간을 측정하여 물체까지 거리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림3 차례대로 삼각측량법, 위상차, 비행 시간을 이용하는 레이저 스캐닝 방법
그림4 3차원 스캔 데이터를 이용해 구한 숭례문의 전체 조감도

방법마다 스캐닝의 정확도가 다른데, 삼각측량법은 1mm 이하, 위상차 방법은 5mm 이하, 비행 시간 방법은 5에서 10mm 정도 정확도를 가집니다. 따라서 스캔하는 대상의 크기에 따라서 알맞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이나 구조물과 같이 큰 대상에 대해서는 비행 시간 방법으로 스캐닝을 시행하고, 비교적 작은 유물 들에는 삼각측량법이나 위상차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표적으로 3D 스캐닝이 사용된 사례로는 숭례문의 복원이 있습니다. 화재로 인해 비정형적으로 낙하한 부재의 위치를 직접 측정하여 3차원 양상을 기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최초 현장에서 안전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각 부재의 위치를 직접 측정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구조를 직접 측정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숭례문의 구조를 저장하기 위해서 3D 레이저 스캐닝이 이용되었습니다.

건물의 복잡한 정보들을 처리하는 H-BIM

싱크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은 시간에 따른 건물의 정보들을 저장하여 건물을 모델링하는 방법입니다. 건물의 기둥이나 벽 등을 각각의 객체로 만들고 객체마다 모양과 위치뿐만 아니라 재질이나 성능, 시공 날짜와 같은 세부적인 정보 또한 저장합니다. 이와 같이 BIM 데이터를 통해서 디지털상에 실제와 같은 가상의 건물을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H-BIM은 Heritage-BIM 또는 Historical-BIM의 약자로, 문화유산을 복원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BIM을 의미합니다. H-BIM의 처리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3D 스캐닝을 통해 얻은 표면적인 구조적, 지형적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또한, 과거의 역사적 사료3)들을 분석하여 건물의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차적으로 얻어진 건물의 정보에 대해 '필터링'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데이터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데이터를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특정 건물에 대해 정제된 데이터들은 H-BIM에 먼저 저장되어 있던 동시대의 다른 건축물들과 함께 저장됩니다.

이와 같이 H-BIM에 다양한 건물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저장하면 당시의 시공 재료나 기술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추후 다른 문화유산의 복원이나 보존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원화성의 보존을 위해 H-BIM을 사용하였습니다. 실측 설계도를 작성하고 수리 공사 시 설계 자료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원 화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때 수원 화성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3D 레이저 스캐닝을 통해 성곽의 구조를 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은 물론, 수원 화성의 성곽을 축조한 내용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를 참고하여 당시 성곽의 축조 방법과 축조에 걸린 시간 등 세부적인 정보들을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공학 기술의 발달로 파괴된 우리의 소중한 유산들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과거를 연구하고, 더 이상 문화유산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유물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다양한 방법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기술 발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이 담긴 박물관의 유물과 옛 건축물들은 수많은 과학 기술의 결과물입니다. 현대의 우리가 문화유산들을 보며 과거와 소통할 수 있는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공학의 힘이 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과학 기술은 과거와 현재가 소통할 수 있는 다리의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참고
  • 1) CT(Computed Tomography): 여러 방향에서 단면을 촬영하는 기기. 2차원의 단면을 복원하여 3차원 영상을 만들 수 있음.
  • 2) 위상차: 동일한 주파수를 가지는 두 파동이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정보.
  • 3) 사료: 역사 연구에 필요한 문헌이나 유물으로 문서, 기록, 건축 조각 등.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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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문화유산연구원. (2008). 숭례문 화재 피해현황 및 수습 보고서
  • 문화재청. (2014). 수원 화서문 정밀실측조사보고서
그림 출처
  • 그림1. 국가유산청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2024). 국보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 p.61
  • 그림2. Wachowiak, M. J., & Karas, B. V. (2009). 3D scanning and replication for museum and cultural heritage applications. Journal of the American Institute for Conservation, 48(2), p.150 Fig. 6
  • 그림3. López, F. J., Lerones, P. M., Llamas, J., Gómez-García-Bermejo, J., & Zalama, E. (2018). A review of heritage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H-BIM). Multimodal technologies and interaction, 2(2), 21. p.8 Figure 3.
  • 그림4. 국립문화유산연구원. (2008). 숭례문 화재 피해현황 및 수습 보고서,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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