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공간 사이의 이야기를 짓다, 보이드 건축사사무소의 '홍채원 선배님'

서문

'Home sweet home!''

하루 종일 힘들고 지친 일이 있었어도, '집'이라는 안식처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나요? 우리가 먹고, 자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수 있는 이유는 그 공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건축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 '선배 공학인과의 만남'에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보이드' 건축사사무소에 재직 중이신 '홍채원' 선배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실제 업무 과정부터, 건축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진솔한 조언까지! 현장에서 직접 느끼신 건축의 매력에 대해 함께 들어봅시다.

그림1 보이드 건축사사무소의 홈페이지 화면
그림2 홍채원 선배님

질문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2018년도에 입학해 작년 2월에 졸업했고, 현재는 '보이드'라는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2년 차 직원 홍채원입니다.

질문2. 현재 일하고 계신 건축사사무소 '보이드'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저희 보이드는 서울대를 졸업하신 장기욱 소장님께서 2004년도에 이규상 소장님과 공동으로 설립하시고 작년부터는 독립적으로 장기욱 소장님 혼자 운영하고 계신 건축사사무소입니다. 주로 공공 건축 설계를 하고 있고 현재 소장님 한 분, 그리고 직원 8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질문3.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는지, 건축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저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현상설계, 다른 하나는 실시 설계라고 합니다. 현상설계는 학생 설계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발전시킨 형태라고 보시면 돼요. 설계 공모1)가 나오면 그 일을 따내기 위한 작업으로, 비교적 간략하게 설계를 진행한 후 도면2)을 그려내는 과정입니다. 실시 설계는 공모에 당선되거나 의뢰받아 실제 지을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을 위한 도면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저는 현재 현상설계 프로젝트와 실시 설계 프로젝트를 각각 하나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상설계 프로젝트는 사례 리서치를 진행한 후 설계(디자인) 방향을 구상하고, 최종적으로 평면도를 그리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현재 제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평면도3) 작성 단계에 있습니다. 이전에도 학교, 병원, 체육센터, 도서관, 기념관 등의 다양한 건물을 설계한 경험이 있습니다.

실시 설계 프로젝트로는 철거 예정인 서울 용산구 오산중학교를 재건하는 작업이에요. 현상설계부터 시작해서 올해 초에 당선이 되었고, 중간 설계 단계에 있습니다. 현재는 단면도4), 입면도5), 배치도6), 대지 종횡 단면도7), 방화 계획도8), 우수 계획도9), 화장실 상세도10) 등 여러 도면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이제 설계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상설계 같은 경우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먼저 대상지나 사례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고 관련 법규를 검토합니다. 다음으로 건축의 주제나 정체성과 같은 설계 콘셉트를 고안하고, 이 건물이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할지 프로그램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매싱11)을 통해 전체적인 형태를 잡고 주차 구획이나 실 배치, 외부 공간 디자인 등을 조정해 가면서 구조나 법규와의 균형을 맞춥니다. 마지막으로는 도면과 3D 이미지, 다이어그램, 면적표, 법규 검토서 등 제출물들을 정리해서 공모안으로 완성합니다.

실시 설계는 건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전체 과정을 말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먼저 설계사가 건축계획을 진행하고, 그다음 공무원이 건축 인허가를 내줍니다. 이후 시공사에서 실제 공사를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공무원이 사용 승인을 내리면 비로소 건물이 완성됩니다.

저희는 그중에 제일 첫 단계인 건축 계획을 합니다. 처음에는 계약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이후 본격적인 설계 단계에 들어갑니다. 설계는 계획설계-중간 설계-실시 설계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어요. 계획설계는 대략적인 콘셉트, 디자인을 잡는 단계이고, 중간 설계는 실시 설계의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시 설계는 실제 시공을 위한 최종 도면을 작성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설계 과정과 동시에 각종 심의나 인증 절차도 진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학교 같은 경우에는 '자문위원회'를 통해 설계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예산에 맞는지 확인하는 경제성 검토도 받습니다. 또한 법적으로 정해진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인증을 받고,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무장애 인증 절차도 함께 거칩니다.

이런 단계들을 거치면서 건축물이 완성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질문4. 졸업 후 여러 선택지가 있으셨을 텐데,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건축사사무소에 들어가거나,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또 건축 설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인테리어, 디자인, 법 쪽으로 진출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저는 학부 시절에 설계를 배우면서 설계가 재밌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학생 설계가 아닌 실무적인 설계도 배우고 싶었고 졸업 후 건축사사무소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사사무소는 크게 대형과 중소형으로 나뉘는데, 대형에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고 연봉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 중소형에서는 비교적 작은 프로젝트를 하고 연봉이 더 낮지만, 인원이 적은 만큼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끝까지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저는 설계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중소형 사무소를 선택했습니다.

질문5. 학생들은 흔히 '건축' 하면 설계만 떠올리는데요, 실제 현업 업무는 어떤 점이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법규인 것 같아요. 학생 때는 법적인 제약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은 반드시 법을 지켜야 하기에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또 학생 때는 주로 교수님과 작업을 했지만, 실무에서는 구조, 토목, 전기 등 여러 협력 업체와 함께 일을 해야 해요. 각 분야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여러 인증이나 심의 기준들에 맞춰 설계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도 다른 것 같습니다.

질문6. 건축은 여러 전문가와 협력해야 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어요. 실무에 나와서 꼭 필요하다고 느낀 역량이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설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신경 쓰면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즉, 협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건축은 여러 관련 업체 사이에서 중심 역할을 하므로, 그만큼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할 일이 많다 보니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능력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질문7. 최근 건축 분야에서 직접 느끼신 변화나 흥미로운 흐름이 있을까요?

최근에는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한국에 많이 유입되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공모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실제로 건물도 많이 짓고 있어서, 요즘 눈에 띄는 변화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흐름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 건축가들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국에 없던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노들섬 디자인을 '헤더윅' 디자이너가 맡게 되었는데 처음엔 굉장히 화려한 안이었어요. 하지만 실제 설계안 법규에 맞추는 과정에서 많이 달라졌고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 사람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이 흥미로우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것도 같아요. 그래도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는 것 같아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장애인이나 안전과 관련해서 인증 기준이 점점 강화되고 있어요. 물론 필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그만큼 설계의 자유도가 줄어드는 부분도 있어 그 균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실제로도 많은 건축가가 이런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고요.

질문8. 일하시면서 어려움이나 좌절의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일단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공모안 설계 때였던 것 같아요. 저희는 보통 직접 디자인해서 안을 만들어 소장님께 보여드리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언제까지 설계해서 보여달라"는 일정이 주어지면 바로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학생 때와 달리 법규나 면적 기준과 같은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만들려다 보니 시간적 압박이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점점 시간 배분을 더 잘하게 된 것 같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 가며 선택과 집중도 자연스레 익히게 된 것 같아요. 일하면서 아는 것도 많아지다 보니 점차 작업 속도도 향상되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 완전히 극복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더 수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9. 건축학과 학부 재학 당시 "이건 정말 도움이 됐다!"라고 느끼신 부분이나 그 외 경험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은근히 학부생 때 들었던 수업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설계 수업은 물론이고, 구조나 설비 관련 수업들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물론 지금까지 기억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그때 배웠던 것들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서 협업할 때도 도움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학생 때는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러 곳으로 여행을 가서 건축물을 자주 보러 다녔는데요. 그런 답사 경험들이 실제 설계할 때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됐어요.

그 외에도 책을 읽거나 강연도 많이 들었었는데 알게 모르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사실 건축은 종합적인 분야라서, 어떤 경험이든 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뭐가 됐든 많은 시도와 경험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질문10. 건축학과를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으신 점이 있을까요?

네, 일단 건축이 많이 힘든 일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실 거예요. 실제로도 쉽지는 않지만, 만약에 저처럼 건축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게 건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을 공부하려는 분들에게 꼭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또 건축학과에 진학하고 나서 설계가 생각보다 흥미가 안 간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건축에는 설계 외에도 디자인, 인테리어 같은 다양한 진로가 열려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건축은 실제로 건물을 짓는 일이다 보니, 수학이나 물리 같은 그런 공학적 지식도 많이 중요해요. 건축공학과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이런 공부를 탄탄히 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공부든지 다 연결될 수 있으니까 폭넓게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질문11.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네. 저는 우선 건축사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건축사가 되면 제 명의로 건물을 지을 수가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건축사 자격증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시험을 치르려면 건축학과 5년과 실무 3년의 경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현재 실무 경력 2년 차로, 3년을 채운 뒤 시험에 응시해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유학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유학을 가면 좋겠고, 외국 회사도 다녀보고 싶습니다. 그러고 난 후 최종적으로는 저의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는 게 꿈입니다.

질문12. 마지막으로, 공대상상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건축학과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혹은 타 과생이지만 건축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께 이번 인터뷰가 건축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진로 선택에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타 과생이지만 건축에 흥미가 있다면, 교양이나 설계 관련 수업을 한번 들어보고 감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로드가 많아 쉽게 추천드리지는 못하지만, 건축을 가까이에서 접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건축학과 재학생분들 혹은 앞으로 건축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건축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좀 보셨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졸업을 앞둔 분들은 여러 고민이 있을 텐데, 진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 1) 우수한 품격과 품질 및 디자인의 선정을 위해 2인 이상의 설계자로부터 각기 공모안을 제출받아 그 우열을 심사·결정하는 방법 및 절차
  • 2) 도면 또는 설계도는 어떤 기능과 구조, 배치를 그린 그림이며, 많은 전기·전자, 기계 및 토목 건축물의 설계 결과를 기록한 것을 가리킨다.
  • 3) 건물을 수평으로 잘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나타낸 도면
  • 4) 단면도: 건물을 수직으로 잘라 옆에서 본 모양을 그려낸 도면
  • 5) 입면도: 건축물의 정면이나 측면, 배면에서 바라봤을 때의 외관을 그려낸 도면
  • 6) 배치도: 대지 내에 있는 건축물에 위치를 나타내는 도면
  • 7) 대지종횡단면도: 전체 건물 및 대지의 전체적인 형태를 가로와 세로로 각각 잘라 보여주는 도면
  • 8) 방화계획도: 건축물 내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내화 구조 벽과 바닥, 방화문 또는 자동 방화 셔터 등으로 공간을 구획하는 방화 구획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도면
  • 9) 우수계획도: 빗물(우수)을 효과적으로 모아서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배수 계획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도면
  • 10) 화장실상세도: 화장실 공간의 복잡한 구조, 설비(배관, 배수), 전기, 마감 재료 등을 실제 시공에 필요한 자세한 치수와 함께 나타내는 도면
  • 11) 건축에서 건물의 크기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모양과 형태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는 용어
참고 문헌
그림 출처
  • 그림1. ㈜보이드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https://www.voidarch.com/)
  • 그림2. 홍채원 선배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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