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안전을 설계하다! 구조공학 연구실

서문

독자 여러분은 건물을 지을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감각적인 디자인? 편리한 구조? 물론 이런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전입니다. 구조공학은 건물을 짓는 기술을 넘어서 공간의 안전을 설계하는 학문입니다.

우리나라 건물 대부분은 콘크리트 구조이며, 철골 구조 건물도 우리가 밟고 다니는 바닥은 콘크리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성능 콘크리트는 이러한 콘크리트의 성능을 극대화한 콘크리트입니다.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인 압축력에는 강하지만 당기는 힘인 인장력에는 약합니다.

그림1 PSC 개요

이러한 콘크리트의 인장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PSC(Prestressed concrete)입니다. PSC는 미리 콘크리트 내부에 강선과 같은 인장재를 넣어 힘을 주는 기법입니다. 포스트텐션(Post-tension)은 PSC 기법의 한 종류로, 콘크리트가 굳은 후 내부에 배치된 강선을 긴장시켜서 압축력을 가해 강도와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강현구 교수님께서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진행하시며, 최근에는 스마트 포스트텐션 기술을 개발하여, 건물의 안정성이 작업자의 숙련도에 의존하지 않도록 가해지는 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계십니다.

구조공학에서 건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두 가지 요소는 바로 지진과 바람입니다. 내진공학은 지진에서 건물을 보호하는 기술입니다. 지진파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전달되어 특히 저층이나 중층 건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풍공학은 바람에서 건물을 지키는 학문입니다. 초고층 건물은 바람의 주파수와 공진하여 출렁거리며 균형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학계에서는 내진공학과 풍공학이 별도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안가에 위치한 초고층 건물이 많아 지진과 바람의 영향을 동시에 받습니다. 따라서 실제 건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공학, 내진공학, 풍공학이 모두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강현구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콘크리트 구조공학과 포스트텐션 기술의 전문성과 함께 풍공학을 통합하여 연구하고 계십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러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적인 성과를 이뤄낸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강현구 교수님을 만나 뵈어, 구조공학, 연구 과정, 그리고 미래 전망에 대한 말씀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림2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

질문. 교수님께서 구조공학 분야를 연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화학보다 물리가 좋아서 자연스럽게 물리학을 선택했죠. 그런데 막상 물리학과에 들어가 보니, 미시 세계를 다루더라고요. 저는 원래부터 '보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양자역학, 전기회로나 반도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흥미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체가 있는 것을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건축학과로 전과하게 되었죠.

건축학과에는 디자인을 다루는 건축학과 실용적인 공학을 다루는 건축공학이 있는데, 저는 공학 쪽에 더 끌렸습니다. 자연과학이 진리 탐구를 목표로 한다면, 공학은 실용성을 추구하거든요. 눈에 보이는 구조물을 다루고, 그것이 실제로 세상에 적용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구조공학은 축적의 학문이기도 합니다. 한 번 쌓인 지식과 경험이 평생에 걸쳐 계속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특성이 제 적성과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질문. 연구 과정에서 위기를 겪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큰 위기는 박사과정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UCLA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는데, 실험 장비가 UC 버클리에 있어서 약 1년간 혼자 그곳에 파견을 나가야 했습니다. 지도교수님은 로스앤젤레스에 계셨고, 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죠.

실험 자체가 거대한 스케일이었고, 한국처럼 선후배가 함께 도와주는 문화도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실험에 필요한 인부를 직접 고용하고, 자재를 제작할 업체를 찾아다니고, 예산까지 관리해야 했습니다. 한 번의 실수로 구조물이 손상되면 그대로 연구가 끝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경험이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 제가 '보스'가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이 제 적성에 맞았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UC 버클리 관계자들이 저를 “원맨 밴드(one-man band)”라고 부르며, 일당백을 해냈음을 인정해 주셨을 때 그 힘든 시간이 결국 제 역량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질문.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연구 주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순환 플라스틱을 활용한 새로운 건설 재료 개발입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나무, 벽돌, 철, 콘크리트라는 4대 건설 재료를 사용해 왔습니다. 저는 여기에 제5의 건설 재료로 순환 플라스틱의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현재 폐플라스틱 문제는 심각합니다. 매립은 금지이고, 소각은 대기오염을 유발하며, 해양 투기는 범죄입니다. 일부는 '연료'라는 이름으로 시멘트 공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태워지고 있지만, 이것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개별 플라스틱은 강도가 약해 건설 재료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플라스틱을 섞으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건설 자재로 충분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마치 당근, 시금치, 밥, 고추장이 따로는 맛을 내지 못하지만, 함께 섞으면 훌륭한 미슐랭 비빔밥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순환 플라스틱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며, 양이 많습니다. 건설 재료는 대규모 물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순환 플라스틱은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 연구가 환경 문제와 건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모두 해결할 대안이라고 확신합니다.

질문. 학자로서 지금까지 연구의 길을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연구의 원동력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저는 원래 콘크리트 구조와 내진공학을 전공했지만, 몇 년 전부터 풍공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만 고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일본 같은 곳에서는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갑자기 다른 분야로 가면 초보자 취급을 받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초고층 건물이 해안가에 많이 밀집해 있어서 지진보다 바람이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조공학자들은 풍공학을 잘 모르고, 풍공학자들은 구조설계를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한 건물에는 모든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데, 학자들은 각자의 영역만 고집하고 있죠.

저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연구실 연구원들과 함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겠지만, 함께였기에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과정과 동시에 대학원생들을 해당 분야의 박사로 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넘어선 초고층 빌딩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성능 기반 내풍 설계 분야를 개척하면서 구조공학, 내진공학, 풍공학 세 분야를 통합했습니다. 기존의 내풍 설계는 규정에 맞춰 특정 풍속에 견디도록 설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에 반해 성능 기반 설계는 규정 만족을 넘어서 구체적인 성능 목표를 설정하고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초고층 건물 설계에 꼭 필요합니다.

저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한 가지 분야만 20년 넘게 연구하면 지루해질 수 있어요. 물론 포스트텐션 기술 분야에서는 저도 스페셜리스트로서 최고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기에 연구에 계속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마지막으로, 공학도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전문성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유행이 아닌 탄탄한 기초가 필요합니다. 둘째, 실무 적용성과 단순함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연구라도 현장에서 구현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자신의 적성을 찾으세요. 단순히 성적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기보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요즘 많은 학생이 단순히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의대에 진학하는 것 같습니다. 의대생이 밤새워 시험 공부하고 실습하는 그 시간과 노력을 공학 분야에 쏟는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공학은 세상을 직접 바꿀 수 있는 분야입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공학 분야를 찾으면 보람된 연구를 하며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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