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깊은 곳에서 답을 찾다!, 암반공학 연구실

서문

여러분은 '에너지자원 공학'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나요? 아마 지하의 석유나 가스를 채굴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학문에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자원'이라는 더 넓은 세계가 숨어 있습니다. 땅속을 연구하고, 땅속 자원을 개발하고, 땅속 공간을 활용하는 '암반 공학(Rock Engineering)'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암반 공학은 지하 공간 대부분을 구성하는 암석과 암반의 역학 수리 열적 거동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또 최근에는 지하 깊숙이 있는 석유를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시추 작업 외에, 지열 발전소를 세워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해 탄소 중립 사회를 준비하는 등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그림1 핀란드의 온칼로(Onkalo) 전경

암반 공학은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 등으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정된 지질 구조 심부에 반영구적으로 폐기하는 심층 지질학적 처분 방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방사성 폐기물이 지상의 생명체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지하 공간을 설계하는 데 암반 공학을 응용하기도 합니다.

방사성 폐기물의 심층 처분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핀란드의 온칼로(Onkalo), 스웨덴의 포르스마르크(Forsmark) 같은 심층 처분 시설이 실제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심층 처분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며, 심층 지질학적 처분 방식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처럼 암반 공학은 과학 기술,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 등이 모두 얽힌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는 도전적인 분야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는 암반 공학 연구실의 민기복 교수님을 만나 뵈어, 암반 공학의 매력과 연구 여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말씀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림2 암반공학 연구실 포스터

질문. 암반 역학 분야를 연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부 시절에 저는 학생운동에 열중하고, 공부에는 소홀한 학생이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내가 아는 게 너무 없는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어 대학원에 진학해 더 깊이 공부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공부를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당시 학과 과방에 걸려 있던 미국 대학 지하도시 개발 사진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하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모습이 공학적으로도 큰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암반 역학(Rock Mechanics)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땅속을 탐구하고 활용하는 암반 공학, 지오메카닉스(Geo-mechanics)1) 등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분야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질문. 연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위기를 겪으신 적이 있나요?

철이나 콘크리트처럼 균질한 재료와는 달리, 암석은 성질의 편차가 크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마치 사람 키를 설명할 때 "나는 170cm다"가 아니라 "나는 1m에서 2.5m 사이 어딘가다"라고 말하면 감을 잡기 어렵겠죠. 이처럼 암석의 특성은 상당한 변동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연구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무리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해도 실제 결과와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론적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 분야는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조건과 구조물의 안전성을 판단하고, 이론과 경험을 균형 있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암반 공학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운데, 사실 이는 이 분야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질문.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연구 주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암반 역학의 응용 분야는 크게 자원 개발, 건설 환경, 그리고 지하 저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원 개발은 광산, 석유, 가스 채취, 건설 환경은 터널, 지하철, 저장 시설 등 지하 인프라 구축을 의미합니다.

현재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방사성폐기물 지하 심층 처분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는 매우 오랜 기간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인간과 완전히 격리된 공간에 안전하게 저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나라에서 지하 처분(disposal) 방식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완벽히 실현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처분 방법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기술적, 사회적, 환경적 고민이 모두 필요한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도전 의식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질문. 학자로서 지금까지 연구의 길을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30년 전의 제가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매우 큰 간극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긴 시간 동안 거대한 비전을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 순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처음엔 두려움이 컸습니다. 울산이라는 중간 규모의 도시에서 제법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였기에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어느새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먼 목표를 바라보면 오히려 막막해지기 쉽습니다. 대신 당장의 하루를,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쌓아나가는 것이 결국 길을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과정은 직선이 아니라 나선형 같았고, 때로는 힘들었지만, 결국 시간과 경험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마지막으로, 공학도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요?

첫 번째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여러 과목을 골고루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학이나 영어처럼 눈에 띄는 과목뿐 아니라 생물, 지구과학, 역사 등 모든 과목이 나중에 삶과 연구에 꼭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고등학교 때 쌓은 기본 지식이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두 번째로, 쉬운 과목만 선택하지 말고, 어려운 과목에도 과감히 도전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이나 회사에서도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이 어떤 과목에 도전했는지를 평가합니다. 어려운 과목을 통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경험이 결국 장기적으로 큰 힘이 됩니다. 단기적인 성적에만 연연하기보다, 자신만의 폭넓고 깊은 기반을 다져나가길 바랍니다.

참고
  • 1) 암석, 토양, 지반 등 지구 물질의 역학적 거동을 분석하는 학문으로, 지반 안정성 평가, 터널·댐·지하 구조물 설계 등에 활용됩니다.
참고 문헌
  • 1. 나태유, 채병곤, 박의섭,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을 위한 해외국가의 부지개발체계 사례분석」, 「지질학회지」59(3), 2023, 473-94면.
  • 2. 에너지자원공학과 소개,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https://ere.snu.ac.kr/sub1_1.php. Accessed 25 Apr. 2025.
  • 3.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Disposal of Surplus Plutonium in the Waste Isolation Pilot Plant: Interim Report. The National Academies Press, 2018.
  • 4.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Scientific and Technical Basis for the Geological Disposal of Radioactive Waste. IAEA, 2003.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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