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 주목할 만한 역사적 성과는 우월한 문명에 의해 형성되는 것일까?

서문

그림1 총, 균, 쇠

인도-파키스탄 전쟁, 미국-중국 무역전쟁 등의 신냉전1)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우리가 다시금 '집산주의2)'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정치적·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누군가는 과거를 그리워하기도 하지요. 다른 국가들보다 강하고 우월했던, 영광의 시기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집단이 우월하다고 믿는 생각의 흐름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과 타인이 다르다고 느껴질 때 한 사람은 우월하고, 다른 한 사람은 열등하다고 판단하곤 합니다. 특히 역사를 돌아볼 때 이렇게 우열을 가리는 경향이 나타나곤 하는데요. 예를 들어, 제국주의를 통해 세계를 지배했던 서양은 우월하다고, 식민지로 전락한 동양은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림2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대학살)의 10단계

역사적으로 서열화된 인식과 사회적 불만이 결합되어 특정 인종 학살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나치 치하 유럽에서 벌어진 제노사이드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우열'이라는 개념이 폭력과 차별로 연결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경계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인간 사이의 '우열'을 나누려는 사회적 시선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 살펴볼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의 「총, 균, 쇠」는 이 질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문명의 격차가 인류 간 우월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환경적, 지리적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하며 문명의 격차가 인종의 격차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본론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보통 현대의 관점에서 결정됩니다. 우리는 역사적 사건을 바라볼 때, 기술과 문명이 해당 사건으로 인해 발전했는지 여부로 평가를 달리하지요. 현대 문명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유럽은, 흔히 진보적이고 위대한 문명의 선도자로 여겨지죠. 그렇다면 왜 타 지역은 이러한 발전을 이룩하지 못했을까요? 과거 서양 제국주의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유색인종이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책의 주요 논지에 따르면, 지리적·기후적인 차이 때문에 식량 생산량에 차이가 생기면서 각 지역의 정치가 달라졌고, 이러한 정치체제 속에서 생존이나 종족 번식 등 전반적인 문명 발달 수준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그림3 유럽의 지형지도
그림4 아메리카의 남북분절 지형을 상징하는 DariénGap

대표적인 예시로, 유럽은 가로로 긴 대륙 구조 덕분에 작물과 가축, 교류가 동서로 쉽게 확산되었고, 기후도 온대 중심으로 비교적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반면에 세로로 긴 아메리카 대륙은 기후와 지형으로 인하여 작물과 가축, 교류가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이는 아메리카 문명의 고립성을 야기했죠.

그림5 복잡한 1444년 유럽지도
그림6 흑사병이 번진 유럽을 묘사한 그림, "죽음의 승리"

한편, 유럽은 로마 제국 붕괴 이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제 관계가 지속되며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흑사병 창궐과 종교 권위의 약화, 동로마 제국의 멸망과 이슬람의 부상 등 유럽 사회의 안정성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 사건들이 연쇄됐습니다.

그림7 콘스탄티노폴에 입성하는 오스만군
그림8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 작, 지식을 몽매(어둠)을 깨우치는 빛(계몽)

종교 권위 약화로 인해 본격적으로 태동한 르네상스와 동로마 제국의 멸망은 유럽 문명사에 중대한 전환점을 가져왔습니다. 이성의 가치가 중요시되기 시작해 학문적 기반이 닦이기 시작했고, 1453년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하면서 상실된 기독교 문명의 향신료 무역 루트는, 새로운 교역로를 개척하려는 시도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탐험의 흐름 속에서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었고, 신대륙 개척을 통해 유럽은 막대한 부와 잉여 자원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원의 축적은 도시의 성장과 상공업 발달로 이어졌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적, 구조적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곧이어 등장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지식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종교 개혁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인쇄물로 인한 지식의 보편화는 곧 계몽주의 사상의 확산으로 이어졌으며, 인간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근대적 가치관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동로마 제국의 멸망부터 신대륙 개척, 인쇄술의 발명, 종교 개혁과 계몽주의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흐름은 우리가 오늘날 인식하는 근대 서양 문명의 토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문명의 발전이 항상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산업화를 이룩한 국가들이 존재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와 사회적 불평등이 나타나는 등 수많은 문제가 빚어졌습니다. 오히려 하층민의 삶은 그 전 시대보다 어려워졌죠.

그림9 무리한 산업화로 근대 내내 혼란에 빠진 스페인, 그리고 내전
그림10 스탈린 치하 우크라이나의 대기근, 홀로도모르

20세기 포르투갈의 경제학 교수 출신 독재자 살라자르는, 이러한 산업화 흐름과 반대되는 탈산업화와 우민화 정책을 펼칩니다. 이는 허약한 국가 기반에서 무리하게 산업화를 추진할 경우 사회적 불안정이 심화된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실제로 이러한 불안정이 극에 달해 내전으로 이어진 바로 옆나라의 내전, 스페인 내전을 목격한 그는, 산업화를 단념하고 농촌 중심의 목가적3) 경제를 유지함으로써 사회적 안정을 우선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현대 포르투갈의 1차 산업 의존 구조를 고착시켰습니다. 국가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포기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농촌 목가경제 위주의 사회적 안정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정반대 상황이 같은 시기 소련에서 나타나는데요. 소련은 스탈린 정부하에서 급격한 산업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공업화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홀로도모르와 중앙집권 강화를 위한 대숙청 등, 현대 인류가 업적으로 평가하는 여러 근대적 과정은 소련 국민의 희생을 수반했습니다. 즉, 한편으로는 해당 역사적 사건이 문명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기에 긍정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지만, 과거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들은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부정적인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삶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기에, 성과로서 역사적 사건을 평가할 경우 당시 사람들의 고통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총, 균, 쇠」는 문명 간 격차를 객관적인 자연 조건의 차이로 해석하며, 문명 발전을 개인이나 집단의 우열로 연결하는 인식을 경계합니다. 이 책은 문명의 발달이 지리적 조건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결과임을 강조하면서, 우생학적4), 인종주의적 사고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우열'의 개념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합니다. 문명의 성과는 복합적인 사회적·환경적 요인의 결과이며, 이를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능력으로 환원하는 시도는 신중해야 하지요.

그림11 국제우주정거장 ISS패치
그림12 냉전 종식의 상징 1988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

결론

우리는 저마다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의 수치나 통계, 산업화 지표, 기술 성취로 환원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요. 그렇기에 우열을 수치 분석 도구가 아닌, 타인을 평가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매체를 마주했을 때, 주의하며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써 내려갈 새로운 역사에는 단지 갈등과 대립의 무미건조한 통계적 사실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공존을 모색했던 인간의 노력이 함께 기록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냉전의 첨예한 긴장 속에서도 미국과 소련이 함께 추진한 국제우주정거장(ISS) 개발이나, 세계가 평화롭게 만난 1988년 서울올림픽은 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노력들에 주목해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
  • 1) 신냉전, 21세기 들어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 간의 정치·군사적 대립과 경제·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거 냉전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국제 질서를 지칭하는 개념
  • 2) Collectivism, 개인의 파편화보다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일종의 사회상
  • 3) 목가적,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고 소박한 시골 풍경이나 삶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묘사하는 것.
  • 4) Eugenics는 유전학적 '우수함'을 기준으로 인간 개체를 선별하거나 개량하려는 사상을 뜻한다. 현대 학계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참고 문헌
  • 1. 다이아몬드, 재레드. 「총, 균, 쇠: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강주헌 옮김. 서울: 문학사상사, 2005.
  • 2. Wiarda, Howard J. Corporatism and Development: The Portuguese Experience. 1st ed. Amherst: University of Massachusetts Press, 1977.
  • 3. 몬티피오리, 사이먼 시백. 「젊은 스탈린」. 박중서 옮김. 파주: 열린책들, 2009.
  • 4.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대학살)의 10단계." YouTube. Posted by "Sprouts 한국", July 8, 2023. https://www.youtube.com/watch?v=Tb0eA8IIm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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