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삼키는 함정, 싱크홀: 원인과 대응 기술
- 글 컴퓨터공학부 1 장윤성
- 편집 에너지자원공학과 4 정영근
서문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 갑자기 땅이 꺼지는 싱크홀(sinkhole)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8월 서울 연희동에서는 도로가 붕괴되어 주행 중이던 차량이 구멍으로 추락하고 탑승자들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으며, 2025년 3월 서울 강동구의 한 교차로에는 지름 2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도심 싱크홀은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 등 다른 도시에서도 보고되고 있으며, 갑작스러운 지반 함몰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싱크홀 발생 원인, 예측 및 감지 기술, 공학적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으로는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싱크홀의 발생 원인
싱크홀은 지하 공간이 붕괴하면서 지표면이 갑자기 함몰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석회암 지대 등 특정 지질에서 나타나는 자연적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대부분은 노후 인프라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보고된 957건의 땅꺼짐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하수관 손상이 46.6%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메워진 지반의 다짐 불량(17.9%), 굴착 공사 부실(8.6%)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상하수도 등 지하 인프라의 노후화와 지하 개발 증가로 인한 토양 유실이 국내 싱크홀 발생의 주범임을 시사합니다.
자연적인 싱크홀은 주로 카르스트 지형에서 나타납니다. 카르스트 지형은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된 대지가 빗물 등에 용식되어 생성된 지형입니다. 지하에 석회암과 같은 용해성 암석이 있을 경우, 지하수에 암석이 서서히 용해되어 큰 동공(cavity)이 형성되고, 그 지붕 부분이 무너져 내리면서 땅 표면에 구멍이 뚫립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이러한 석회암 지반에 형성된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지하에 크고 작은 석회암 공동이 많아 예로부터 싱크홀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습니다. 특히 플로리다 중부 지역은 싱크홀이 워낙 자주 생겨 "싱크홀 앨리(sinkhole alley)"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우의 교차, 지하수 과잉 사용 등으로 지반이 불안정해지면서 플로리다의 싱크홀 발생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한편, 중국 남부 또한 광범위한 카르스트 지형을 가지고 있어 자연 싱크홀이 자주 보고되는데, 광둥성 광저우시의 경우 2013년 도심 한복판에서 지름 약 10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건물 3채가 한꺼번에 붕괴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플로리다와 중국 광저우 등 싱크홀이 빈발하는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지하에 공동이 생기기 쉬운 지질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지하수 남용이나 지하 굴착 공사와 같은 인위적 요인이 겹칠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 대부분이 화강암 및 변성암 지대여서 석회암으로 인한 자연 싱크홀 위험은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내 도심 싱크홀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후 지하 시설물의 관리와 지하공사로 인한 지반 약화 방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전시의 경우 최근 5년간 50여 건의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는데, 조사 결과 거의 대부분이 20~30년 이상 된 하수관로의 파손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서울 등 대도시들도 낡은 지하관로가 많아 잠재적 위험이 상존합니다. 결국 지하 공간을 사용하는 도시 기반 시설의 노후화와 이에 대한 체계적 관리 부재가 도심 싱크홀의 주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싱크홀 예측과 감지 기술
예고 없이 발생하는 싱크홀을 탐지·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탐지 기법으로는 지표 투과 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 GPR)가 있습니다. GPR 탐사는 고주파 전자기파를 지하로 발사한 뒤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하여 지하 구조를 영상화하는 기술로, 도로 밑 빈 공간이나 매설 구조물 상태를 파악하는 데 활용됩니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GPR 장비를 장착한 차량으로 주요 도로 지반을 정기 조사하여 지하 공동을 찾아내고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GPR의 전자기파는 물이나 금속에 의해 쉽게 감쇄되기 때문에 지하 2~4m 정도 얕은 깊이까지만 탐사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반 침하는 GPR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워, 대심도 지하철 공사 등으로 10m 이상 깊이의 공동이 생기는 경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탄성파(지진파)를 이용한 탐지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에서 일정 주기로 움직이는 열차가 발생시키는 미약한 진동(탄성파)을 계측해 반사 신호를 분석하면, GPR로는 닿지 않는 깊은 지하의 빈 공간도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한편, 위성 원격탐사 기술의 발전으로 광범위한 지역의 지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SAR) 위성 영상을 이용한 간섭측정(InSAR) 기법은 서로 다른 시기에 촬영된 동일 지역의 위성 SAR 영상을 겹쳐 보는 것으로, 지표의 미세한 높이 변동을 밀리미터 단위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InSAR 기술을 활용하면 도심 전체의 지반 침하 분포를 연속적으로 관측하여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나폴리시는 20세기 초반부터 도심에 약 190여 건의 인공 싱크홀이 발생해온 지역으로, 최근 위성 레이더 영상을 활용해 지하 공간이 많은 역사 중심지의 지반 침하를 감시하고 위험 건물을 파악하는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멕시코시티 역시 호수 퇴적층 위에 건설된 도시로 지반 침하율이 연간 수십 cm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위성 InSAR 분석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연간 30~40cm에 이르는 급격한 지반 침하가 확인되었고, 이러한 공간 정보를 활용해 침하 위험 지도의 작성과 인프라 손상 예측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토지리정보원 등을 중심으로 InSAR 기술을 도입하여 지반 변동을 모니터링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2022년 한 국내 연구팀은 위성 레이더 영상을 비교 분석해 지표의 높낮이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장기간 서서히 진행되는 지반 침하까지 파악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특히 2023년 서울시는 지하 안전 관리를 위해 인공위성 레이더로 도시 전역의 지반 움직임을 감시하고, 취약 지역을 선별해 정밀 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첨단 원격 탐사 기술의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도심 안전을 위한 공학적 대응 방안
싱크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첫째, 대형 개발 사업이나 지하 굴착 공사 전에 철저한 지질 조사와 지하 안전 영향 평가를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2018년부터 지하안전관리법이 시행,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 공사를 할 경우 사전 지반 조사와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약 지반이나 지하 공동 발생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고, 필요하면 보강 조치를 취함으로써 시공 중 침하 사고를 예방합니다. 또한 노후 상·하수관, 지하철 터널 등 기존 지하 인프라에 대한 정기 안전 점검과 유지 보수가 필수적입니다. 일정 사용 연한이 지난 지하 관로는 로봇 카메라나 GPR로 내부 상태를 검사하고, 손상이나 누수가 발견되면 조기에 교체하거나 보강하여 지반으로 토사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상습 침수 지역이나 지하 수위 변화가 큰 지역에서는 배수 설계를 개선하여 폭우 시 지하 공동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 하부에 우수 침투 관정이나 배수층을 설치해 물이 지하로 무분별하게 스며들지 않도록 하고, 지하 수위 변동을 모니터링하여 급격한 유속 변화로 인한 토양 유실을 막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정보를 연계한 지반 침하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 노면이나 지하 구조물에 변형 센서를 부착해 미세한 진동이나 기울기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면, 지하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침하 징후를 조기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지하에 싱크홀이 서서히 형성되면 그 위에 있는 도로나 구조물은 한쪽으로 천천히 기울기 시작하는데, 이 작은 기울기 변화는 사람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고감도 센서가 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센서로 수집된 데이터는 데이터 허브나 클라우드 서버로 실시간 전송되고, 기준값이나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여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상수도관 및 하수관에는 수압 및 누수 감지 센서를 설치하여 관로 파손으로 인한 지하수 누출이 발생하면 즉시 경보를 울리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대만의 사례처럼 지반 침하 영향이 우려되는 지역에 지하수 관측공 등을 포함한 지하 감시망을 촘촘히 구축해, 지하 200~300m 깊이까지 지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다층적인 센서 데이터는 도시 통합 안전관리 플랫폼으로 수집되어, AI를 통해 이상 패턴을 분석하고 위험도를 평가하는 스마트시티 지하 안전 관리 체계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예방 중심의 도시계획과 시민 인식 제고가 병행될 때 더 안전한 도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도시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반 함몰 위험 지역은 건축 밀도를 낮추거나 녹지대로 남겨 두는 등 계획적인 사용이 필요합니다. 부득이 개발할 경우에는 기초를 강화하고 공동 채움(grouting) 공법 등 지반 보강 공법을 적용하여 안전율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행정 당국은 지하 안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위험 지역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하거나 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과거 지반 침하 발생 이력이 있거나 지하 굴착이 많은 지역을 '주의 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구간 도로에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통제하는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시민들도 도로에서 균열이나 함몰 징후(아스팔트 균열, 함몰 자국 등)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는 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서울시 챗봇 '서울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고한다면 싱크홀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싱크홀 위험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공학적 예방 노력과 시민 참여가 어우러질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도심을 위협하는 싱크홀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대비는 가능한 도시 재난입니다. 노후화된 지하 구조물을 제때 교체·보강하고, 첨단 기술로 지반 변화를 감시하며, 예방에 중점을 둔 도시계획을 수립한다면 싱크홀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징후도 놓치지 않는 선제적 안전관리와 경각심입니다. 도로 한복판에 갑자기 생긴 구멍이 더 이상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자체와 전문가, 시민이 함께 노력하여 스마트하고 안전한 도시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싱크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대비하는 자세만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 1. Florida Department of Environmental Protection. (n.d.). Sinkhole FAQ. Florida Geological Survey. https://floridadep.gov/fgs/sinkholes/content/sinkhole-faq
- 2. O'Hanlon, L. (2021, April 22). The looming crisis of sinking ground in Mexico City. Eos. https://eos.org/research-spotlights/the-looming-crisis-of-sinking-ground-in-mexico-city
- 3. Kang, I. (2014, August 27). Sinkholes are here to stay. Korea JoongAng Daily.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2014/08/27/socialAffairs/Sinkholes-are-here-to-stay/2994167.html
- 4. 배하진. (2024년 10월 26일). 난데없는 땅꺼짐...땅속 빈 공간을 찾아라.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8111
- 5. The Guardian. (2013, January 29). Sinkhole appears in Guangzhou, China - in pictures. https://www.theguardian.com/world/gallery/2013/jan/29/sinkhole-guangzhou-china-in-pictures
- 6. 심성아. (2024년 7월 22일). 걷다가 갑자기 땅이 '푹' 꺼져...폭우에 전국 싱크홀 주의보.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71914403391770
- 7. 정바름. (2025년 4월 15일). 대전 월평동 싱크홀 왜?... 30년 된 노후 하수박스 때문. 중도일보. https://m.joongdo.co.kr/view.php?key=20250414010005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