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수면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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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우리 삶의 1/3을 차지하는 만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다들 중요한 시험이나 여행을 앞두고 잠에 들지 못하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잠이 오지 않아 다음 날을 망치게 되는 경험, 한 번씩은 있으실 텐데요. 실제로 국내에서 성인의 불면증 유병률은 17~23%로 꽤 많은 사람이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최근 들어 우리의 숙면을 도와주는 많은 공학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아예 수면 공학(sleep engineering)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관련 분야가 커지고 있습니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를 넘어 공학 기술은 이제 수면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우리의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공학 기술에 대해 알아봅시다!

스마트워치의 수면 분석 속 공학 - 광혈류 측정(PPG) 센서

일상 속에서 가장 찾아보기 쉬운 수면 공학이 무엇일까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수면 분석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형태는 아마 스마트워치일 것입니다. 착용한 채로 잠에 들기만 하면 총 수면 시간, 단계별 수면 시간, 수면 효율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워치의 원리가 궁금하지 않았나요?

사용자가 잠에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기는 가장 먼저 가속도계를 사용합니다. 가속도계는 말 그대로 기기의 가속도를 측정하는 센서로, 이 센서에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용자의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그렇다면 스마트워치는 사용자가 휴식을 위해 가만히 있는 것인지 잠을 자는 중인지 어떻게 구분할까요? 이를 위해 사용되는 기술이 바로 광혈류 측정(Photoplethysmography, PPG) 센서입니다. 스마트워치 뒷면에서 깜빡거리는 초록색 불빛을 보신적이 있으실 텐데요. 이것이 바로 광혈류측정 센서가 내뿜는 빛입니다.

그림1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채 잠을 자는 모습
그림2 광혈류측정(PPG) 센서의 원리

광혈류측정 센서는 빛을 내뿜는 LED 부분과 반사된 빛의 양을 측정하는 광센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약 혈류량이 적다면 빛을 흡수하는 헤모글로빈의 양이 줄어들어 광센서가 감지하는 빛의 세기가 커집니다. 반대로 혈류량이 늘어난다면 광센서에 감지되는 빛의 세기는 약해집니다. 광혈류 측정 센서가 내보내는 빛이 초록색인 이유 역시 헤모글로빈이 가장 잘 흡수하는 색이 초록색이기 때문입니다. 이 센서를 통해 혈류량의 변화를 분석하여 우리의 심박수와 심박 간격 변화를 알 수 있는데요. 이를 앞서 말했던 가속도 센서에서 나오는 결과와 통합하여 우리의 수면 시간, 수면 단계나 수면의 질을 분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광혈류 측정 센서 하나로 이렇게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요?

그림3 산소포화도 센서의 원리

스마트워치의 수면 분석 속 공학 - 산소포화도 센서

최근에는 광혈류 측정 센서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여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 역시 등장하였습니다. 혈액 속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을 산화혈색소, 결합하지 않은 헤모글로빈을 환원혈색소라 부릅니다. 둘은 구조 차이로 인해 잘 흡수하는 빛의 파장대가 서로 다릅니다. 산소포화도 센서의 경우 이를 이용하여 서로 다른 두 파장대의 빛을 내보내고 반사되는 빛의 세기를 감지하여 산화혈색소와 환원혈색소의 비율을 비교합니다. 이 비율을 통해 우리는 혈액을 직접 얻을 필요 없이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림4 뇌파 측정의 원리

뇌파 측정 속 공학

수면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뇌파 측정입니다. 실제로 수면 공학 기술들을 검증할 때 거의 모든 실험과 임상 진단에 사용되는 기술이 바로 EEG 기술을 이용한 뇌파 측정입니다. 그런데 과연 뇌파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한번 알아봅시다.

뉴런의 내부와 외부에는 이온 농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뉴런을 통해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순간 뉴런의 막전위는 급격히 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기장에 변화가 생기게 되죠. 뉴런 하나가 만드는 전기장의 변화는 매우 약하기에 수십 만에서 백만 개의 뉴런에서 동시에 전기 신호가 전달될 때 감지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전기장 변화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때, 전극을 통해 전기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 신호를 증폭기를 통해 커지게 하는데요, 이렇게 기록된 신호를 뇌파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지요.

뇌파 측정 속 공학 - EEG(Electroencephalogram) 기술

인간의 뇌는 두개골 안에 존재하기에 뇌의 활동을 분석하기 위해서 기존에는 침습식, 즉 두개골을 개방하여 측정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침습 방식으로는 뇌피질 전도(Electrocorticography, ECoG) 또는 피질 내 전극(intracortical electrode, iEEG)을 사용하는 방식이 존재하였습니다.

뇌피질 전도는 뇌의 표면, 즉 대뇌피질 바로 위에 전극을 두어 뇌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피질 내 전극은 말 그대로 피질 내에 전극을 설치하여 뇌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거나 반대로 직접 전기적으로 자극하기도 하는 방법이죠.

그림5 다양한 뇌파 측정 방식
그림6 표준화된 EEG 배치도와 실제 사람의 모습

EEG는 위 방식과는 달리 두개골을 개방하지 않아도 되는 비침습적인 방식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각 전극의 위치가 표준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인데요. 이 표준화된 위치를 통해 각 전극에 기록된 전기 신호가 뇌의 어느 부분에서 비롯된 전기 신호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위 모습은 EEG 표준 배치 중 하나인 10-10 system과 실제로 사람에게 해당 배치를 적용한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EEG는 다른 뇌파 측정 기술에 비해 제약이 적고 두개골을 열지 않아 안전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면 연구뿐만 아니라 뇌의 활동과 관련된 거의 모든 실험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주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은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공학 기술을 알아봤는데요. 매일 자는 잠에 이렇게나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이 관련되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수면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수면 공학 기술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공학의 힘으로 모두가 꿀잠 잘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사가 유익하셨기를 바라면서 다음 호에서 더 재미있는 기사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 Miller, K. J., Hermes, D., & Staff, N. P. (2020). The current state of electrocorticography-based brain-computer interfaces. Neurosurgical Focus FOC, 49(1), E2.
  •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불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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